시기적,사상적으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 독립운동가 신익희의 생애는 한말부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이승만정권기 등 한국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단순히 그 세월을 지내온 것이 아니라 역사의 고비마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다양한 행적을 보여 주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내무부장을 지냈는가 하면 민족교육자·군사교육지도자·언론인으로도 활동하였다. 반면 무장독립운동가로서의 활약은 신익희의 또 다른 면모다. 반공주의자와 같이 한쪽에 치우친 모습에서부터 좌우합작·정당통합운동가와 같은 사회 통합적 모습도 보여 준 것으로 보아, 그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한국근현대사에서 신익희처럼 시기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 삶을 살아온 이를 찾기란 그리 흔치 않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평가 또한 단순하지 않다. 신익희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시기에 한학을 배웠지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의 기초를 세운 열렬한 민족주의자의 길을 가지만, 때로는 조선청년전위동맹에 참여한 급진적 좌파의 행로를 걸었다. 임시정부에 참여하면서도 무장독립노선을 지속적으로 모색하였다. 해방 후에는 미군정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이양운동을 추진하면서도 미군정의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 참여했다. 이승만과 함께 단정운동에 참여했지만, 정부수립 후 반독재민주화운동가의 삶을 살아갔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의 반공연맹을 만들었지만, 반민특위요원 암살음모사건의 대상자로 지목되기도 하고, 국회프락치사건·뉴델리밀회사건 등 공안사건의 직간접적 당사자로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이 책은 신익희의 다양한 역사적 행적을 토대로 그의 독자적인 노선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특히 ‘신익희의 노선’을 찾는 방식에서 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이후 신익희의 행적과 노선을 특정 시기나 특정 분야가 아닌 통사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였다. 더불어 신익희의 사후 정치적 정황과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덧씌워진 해석이 많다고 판단하여 이를 우선 배제하고 가급적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모쪼록 이 책이 신익희의 노선을 새롭게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고, 그의 행적을 되새겨보면서 한국근현대사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