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고위관료, 독립군기지 건설의 선구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지킴이 이 책은 이시영의 전환기적 삶을 다루고 있다. 전환기적인 삶이란, 개항과 문명의 충격, 망국과 식민, 수탈과 억압, 해방과 분단 등 한국근현대사를 온전히 건너온 선조의 삶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권력과 명예, 그리고 경제력에서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던 명문가 출신 이시영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제국의 고위관료로서, 독립군기지 건설의 선구자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지킴이로 활약했던 이시영은 주로 법무와 재정 분야의 일을 맡았다. 그는 일을 맡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법을 집행하거나 공금을 유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자신의 처신이 분명했던 사람이다. 자신의 소신과 대의를 분명하게 밝히며 선택한 순간들 이시영은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언제나 좌절하지 않고 항상 주어진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했다. 특히 그의 인생 역정에서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세 번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선택은, 아관파천을 계기로 장인이 죽임을 당하자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걸어온 관료로서의 생활과 인간적인 삶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고 정부를 떠난 것이다. 그는 세상을 탓하고 신세를 한탄하며 좌절하지 않고 손위의 형인 이회영을 비롯한 동료들과 조선의 미래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였다. 이시영의 두 번째 선택은,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까이 다가오자 신민회의 동료들과 구체적인 대응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간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자 즉각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가족과 함께 남만주로 갔다. 항일운동을 벌일 수 있는 인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대한제국의 고위문관 출신 가운데 민족운동에 적극 뛰어든 사람은 이시영과 그의 동료 이상설 정도였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이시영의 결단과 실천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