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려야 그곳에 닿는다.
사람은 한 분야에 미쳐버리면 그곳의 경지에 가 닿는다고 한다. 한 세계에 닿기 위해서는 미쳐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참으로 좋은 수집가는 바로 거짓없이 진실하게 부지런히 수집하는 사람이요, 진정한 수집은 소장과 집착을 넘어 사라져가는 것을 복원하고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또한 수집가는 모든 사라져가는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아는 사람이요, 수집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수집인 것이다.
이상문 위원의 <진품명품 골동이야기>는 진정한 수집에 관한 저자의 손때 묻은 기록의 산물이다. 진정한 수집의 의미를 망각하고 돈 되는 것에의 집착, 과시로서의 수집으로 전락한 작금에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나아가서는 권력투쟁의 양상으로까지 본질에서 멀어진 현실을 개탄한다.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에 대해 평가받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요구하는 본질적인 욕심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주객이 전도된 현실은 진정한 골동의 세계의 본질을 너무나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반드시 경계해야 함을 저자는 간절하게 염원한다. 이런한 병폐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안목과 심미안이 발달해야 함이 물론이다. 몇몇의 사람들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는 폐쇄된 구조에서는 비리와 탐욕만이 창궐할 뿐이다. 이에 저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수집의 열정에 사로잡히게 하고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한 관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여러 가지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함으로서 수집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진솔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 옛것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의 일상적 행위가 되기 위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원본의 미학을 알아야 그 모사품으로도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저자는 찬찬히 설명하고 있음이 이 책의 장점이리라.
값이 많이 나가는 물건에는 족보가 있다(진주지역 지리산 막사발은 일본의 국보).
우리가 막사발이라고 부르는 조선 초기의 그릇이 일본의 국보가 되었다. 이는 서민들이 막 사용하였다 하여 막사발이라 부르는 것으로 다른 막사발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도자완'이라 부르며, 국보로 지정된 이유가 재미있다.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가져간 이 막사발은 그동안 사용되면서 숱한 사연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즉 찻잔의 족보가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 찻잔으로 누구와 무슨 차를 마셨으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애몽이란 애칭으로 국보까지 되었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소박하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와 골동품의 세계를 소개하는 <진품명품 골동이야기>는 KBS 'TV쇼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 있는 저자가 지금까지 골동품을 수집하고 감정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고미술 수집을 시작하게 된 사연에서부터 여러 조각으로 깨진 그릇의 수리방법까지, 흥미로운 일화들을 생생한 화보와 함께 보여준다. 일반인들이 문화재나 골동품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실생활에서 적용할 우리 예것에 대한 심미안을 높일 자료로 충분하게 이용할 수가 있는 책이다. 일제부터 최근까지의 골동품 사진들과 경매낙찰가를 부록으로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