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형제’라 부르고
세상은 우리를 ‘괴물’이라 부릅니다.”
깊은 숲속 낡은 집, 복숭아 향기, 피아노 소리.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만났다.
몸은 하나, 그러나 영혼이 두 개인 당신을.
아름다운 배우이자 작가이며 작곡가, 영화감독에 화가이기도 한 구혜선이 두 번째 일러스트 픽션 <복숭아나무>를 썼다. 2009년 발표한 첫 소설 <탱고> 이후 두 번째 작품이며, 몸은 하나이고 얼굴은 두 개 달린 샴쌍둥이 형제를 소재로 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섬세한 묘사와 감성적인 문체로 쓰여진 <복숭아나무>는, 특별한 환경에 처해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서정적이고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재미뿐만 아니라 가슴을 적시는 감성으로 작가 구혜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십 년 동안이나 서로가 서로를 지키면서 숲속 낡은 집에 유폐된 채 살아온 샴쌍둥이 상현과 동현을 통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 사랑의 힘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하고 달리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우리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샴쌍둥이인 그들을 돌연변이나 괴물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도 두 개의 얼굴을 소유하고 있으며 남한테 보이기 싫은 또 하나의 얼굴은 몰래 숨기고 사는 건 아닌지,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상해... 그와 나 단 둘뿐이지만,
분명 타들어가는 듯한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려...”
친구 지현의 옷가게에서 기거하며, 주말마다 놀이동산에 나가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승아. 그녀는 자기가 왜 사는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며 근근이 살고 있다. 어느 비오는 날, 삼십 년 전에 있던 사진관을 찾는다며 옷가게를 찾아온 한 아저씨가 승아에게 묘한 부탁을 한다.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는 자기 아들의 글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것. 그 길로 승아는 아저씨를 따라 광활한 숲을 품고 있는 오래되고 낡은 그의 집을 방문한다.
신비한 구석을 감추고 있는 아들 동현과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승아는 보잘것없는 자기가 이 집의 식구들에게는 커다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간다. 그러나 집안 구석구석 스며 있는 이상한 기운, 그리고 누군가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숨소리에 승아는 깜짝깜짝 놀란다.
주말에 놀이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승아는 주민등록증을 가져다주기 위해 생전 처음 집에서 나와 자기를 찾아온 동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머리끝까지 눌러쓴 모자를 잡아당겼다가 또 다른 얼굴인 상현을 만난다. 결국 동현이 글로 쓰고 싶어했던 샴쌍둥이가 바로 그들 얘기라는 걸 알게 된 승아는 다시 그 낡은 집을 찾아가는데...(중략)
“어렸을 때 나는 주로 그림을 그렸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무엇이든 그렸다. 모든 생각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점점 입체화로 발전되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만들어 낸 형상을 움직여도 보고 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는데, 그것이 지금의 소설이나 영상 작업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구혜선은 이미 개인전을 두 번이나 열면서 화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며, 작품 또한 볼펜, 유화, 수채, 락카, 먹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평면적 작품뿐 아니라 털실, 실크, 철사 등 오브제를 이용한 입체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비상한 아티스트로서의 감각을 자랑했다. 이 책에선 그중 가장 특징적인 작품 30점을 올 컬러로 함께 선보임으로써 일러스트 픽션이라는 느낌과 디자인을 강화하고, 소설의 영상과 이미지를 상상하는 데 한몫을 한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특히나 스태프들과 마찰이 있는 날에는 그 좋아하는 밥도 입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촬영이 끝날 즈음 우리의 전쟁은 어느덧 전우애로 변질 되어 있었고, 촬영감독님은 내 정수리 위로 다 빠지고 남은 머리카락들을 보며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하였다.”
구혜선은 직접 쓴 시나리오 <복숭아나무>를 토대로 하여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 등 초호화 캐스팅과 함께 영화감독, 영화 제작자로서 지난 2년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냈다. 평소에는 조근조근 예의있게 말하며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영화 현장에서는 ‘공공의 적’과 ‘놀림거리’가 되면서 엄청난 카리스마와 꼼꼼함을 발휘했다는 후일담이 난무하고 있다. 드디어 2012년 10월 31일 <복숭아나무>를 전국 영화관에 동시 개봉하면서 영화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할 준비를 끝냈다. 영화를 만들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고생한 경험은 소설 <복숭아나무> 뒤에 영화 스틸 사진과 함께 부록으로 붙였다.
“소설 <복숭아나무>에는 영화 <복숭아나무>에 나왔던 OST 10곡이 담긴 CD가 한정판으로 붙는다. 물론 구혜선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이며, 배우로 등장한 조승우와 서현진도 각각 1곡씩 불렀다. 이 곡들은 초판 3,000부에만 한정판으로 붙일 예정이며, 따로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은 아직 없다.”
특히 어린 상현, 그리고 어른 상현 역인 조승우가 직접 부른 <복숭아나무>는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친근하여 한번 들으면 누구나 계속 흥얼거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소설에도 여러 번 반복되어 나타나는데, 세상에 얼굴만으로 태어난 샴쌍둥이 상현의 외로운 마음, 자신들을 사랑하면서도 정신을 놓고 자살해버린 엄마와 뒤늦게 나타나 자신들을 위로해주는 승아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고 있어 더욱 애달프게 느껴진다. OST 음반에 담긴 곡들은 다음과 같다.
1. 두 사람 Intro Ver.
2. 복숭아나무 (Vocal. 조승우)
3. 여름날
4. 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 (Vocal. 서현진)
5. 나의 연인
6. 달빛
7. 북극의 연인
8. 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 (Guitar Ver.)
9. 복숭아나무 (어린 상현 Ver.)
<복숭아나무> OST
그대는 나의 작은 복숭아나무
영원히 사랑을 한다네
그대는 나의 작은 복숭아나무
영원히 우리를 사랑해
내 쉴 곳은 어디 있나, 울지 마요
나의 사랑은 여기에
밝은 달이 머리 위를 감싸안죠
나의 작은 복숭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