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강박의 불편한 진실!”
- 우리가 바로 지금 강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강박, 이란 단어는 아직까지 우리에겐 낯선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껏 강박은 어떤 성향보다 장애나 병으로 인식되어온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강박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강박 증상이 성격이라는 벗겨지지 않는 단단한 가면을 쓰고 있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속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급성장한 사회일수록 또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규범이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강박 성향은 더욱 증가하기 마련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상담 분석결과가 이를 조심스럽게 반영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은 2011년 초·중·고생 등을 대상으로 한 개인상담 29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의 경우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한 건수가 81건(28.5%)으로 가장 많았다. 2010년 40건(16%)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받은 초등학생들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개인적·사회적 환경이 각박하다는 현실태를 반영한다. 세계화 개방화라는 명목 아래 영어식 교육을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을 고수해야 하는 아이들이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결국엔 서로 모순되는 교육과 가치관 사이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늘 헷갈려하다 결국엔 특정 생각과 행동에 집착하고, 한두 가지 생각에 꽂힌 채 온통 거기에만 몰두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마음이 편해지는 강박 성향을 피난처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특유의 강박 성향을 새롭게 진단하다!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와 KBS 2TV 〈스펀지〉에서 심리 상담을 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문단속을 자주 것에서부터 손을 자주 씻거나 이유 없이 숫자를 세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강박 성향은 물론이고, 중독과 폭식, 위험한 상황을 즐기고, 죽음이란 현실에 승부를 걸고, 또 특정 트렌드에 빠져드는 집착 역시 강박 성향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박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일상의 심리 증상을 19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정신 증상이 강박 성향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또 그 안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특히 강박 성향이 좋아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들을 내용 곳곳에 배치해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강박 성향에 중독되어 있는지 자가진단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바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강박 성향을 진단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예능프로그램에 적용된 강박 성향에 대한 분석이 그것이다. 저자는 예능프로 〈나는 가수다 시즌 1〉와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개그콘서트〉의 ‘애정남’과 같은 개그코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한국인 특유의 강박 성향에 주목한다. 그것은 잔인해도 원리원칙이라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강박 성향과 애매한 걸 싫어하면서도 애매한 상황에 자주 빠져드는 강박 특유의 성향에 대한 분석이다.
또 살아가면서 우리가 집착하면서 허무하게 좆고 있는 것들, 성공과 리더십, 스펙, 돈, 예의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특히나 예민한 정의와 원리원칙, 청결 그리고 누구보다 완벽해지고 싶고 누구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의 무의식적인 의미와 강박의 관계를 분석해 나쁜 행동으로 이끄는 불편한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성격으로 위장한 강박의 불편한 진실
· 나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다
· 나는 위기 혹은 위험에 민감하다
· 나는 단순한 시행착오도 나 전체의 실패 같다
· 나는 애매한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 나는 능력에 흠을 느끼는 순간이 두렵다
· 나는 쓸데없는 원칙과 순서에 얽매인다
· 나는 부적절함에 민감하다
· 나는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 나는 모든 것을 빈틈없이 조절하고 싶다
·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우유부단하지만 애매한 것도 싫다
· 나는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까 걱정한다
통제력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을 때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쁜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또 멀어지려 할수록 그 생각에 더 가까워지고 사로잡히게 된다는 걸 이미 한번쯤은 알게 모르게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때문에 강박 성향 또한 무조건 불편하다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 불편한 증상의 본질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평가하는 데 있어 잘못된 확고한 믿음은 없었는지, 불가능한 상황과 일까지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세상엔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지전능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각자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또 통제력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는다면 비로소 불편한 집착과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