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에 이은 이주은의 두 번째 치유에세이
예술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이주은이 1년 만에 두 번째 치유에세이를 출간했다. 전작이 우리의 고통과 힘겨움을 그림에 내려놓고 치유받길 권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림처럼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면서 더욱 행복해지는 길이 무엇인지 일러준다.
전작이 이미 진행된 마음의 고통을 어루만져준다면, 이 책은 그런 심리적 불안이 엄습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찾아 행복해지자는 ‘예방주사’와 같은 책이며, 동시에 고통에서 벗어난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회복기 환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림을 통해 일상에 주목한 이유
이 책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집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림만큼 일상과 주변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남다르게 묘사하는 매체가 또 없기 때문이다. 그림이 일상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살펴, 그림이 그러는 것처럼 당신도 당신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름답게 가꾸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이주은은 「반 고흐의 의자」라는 그림을 통해 화가의 고뇌에 찬 삶과 슬픔만 건져낼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을 한번 돌아보고, 고흐의 의자와 같은 의미를 갖는 나의 의자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오만했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을 제시하며, 그의 당당한 몸짓처럼 우리도 더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져보자 이야기한다. 이 순간 그림은 미술사적인 의미를 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화가가 주변의 사물을 캔버스 안으로 들이는 순간, 의자는 단순한 의자가 아니며, 하이힐은 그저 패션 소품 중 하나로 끝나지 않으며, 진주는 부유한 아주머니들의 전유물에서 그림 속 결핍, 즉 생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빛나는 보석이 된다. 그처럼 우리도 우리 주변의 사물을 화가처럼 바라보고, 우리만의 캔버스를 만들어 의미를 찾으면 일상이 그림처럼 특별해지고 소중하고 아름다워짐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림의 태도에서 여유로운 삶을 배운다
이 책은 그림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주목한다. 예술이 예술로 평가받는 이유는 한 시대에 남다른 태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놀라울 만큼 앞선 생각이기도 하고, 보통사람들보다 여유 있게 삶을 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화가들이 묘사한 그림 속 삶은 어쩌면 하나의 로망이다. 그림 속의 삶은 관람자의 삶보다 부유하고 느긋하고, 실제의 삶보다 자유롭다. 그런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자고 이 책은 말한다.
마른 체형을 권하는 세상에서 살을 빼야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보테로의 뚱뚱해서 매력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엉덩이를 화면 바깥으로 들이민 티소의 그림을 보며, 그림 속 그녀처럼 신명나게 흔들며 즐겁게 살자고 제안한다. ‘그림처럼’ 살면서 더 행복해지는 24가지 이야기가 저자 이주은만의 다정한 문체에 실려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내용 소개
이 책은 봄날,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그림과 함께 지내볼 것을 권한다. 그림 속에서 자연스 럽게 드러나는 계절감은 우리가 각 계절마다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불러들인다.
봄날
저자는 봄날에, 목적 없는 걷기 같은 자유로움을 말한다. 쿨한 사람이기를 요구하는 냉정한 세상에 휩쓸리지 말고, 위대한 개츠비처럼 가슴 뜨거운 올드 보이가 되어볼 것을 이야기한다(쿨한 세상에 올드 보이로 살기, 34쪽). 남들이 말끔한 턱 선을 자랑하며 세상의 이치에 순응할 때 한번쯤 윌리엄 모리스처럼 수염을 길러 우리 삶의 혁명을 일으키는 시발점으로 삼아보자 제안하며(수염 길러보기, 44쪽), 가족에게 항상 미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가족에게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사람이라고 다독이기도 한다(가족과 행복에 대하여, 60쪽).
여름
봄날의 자유로움을 만끽한 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나아가야 할 계절을 여름이라고 정의한 저자는 더 솔직해지고 더 당당해질 것을 이야기한다.
잘빠진 몸매보다는 잘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와 그의 뚱뚱한 연인 마리아 프랑크의 연애담을 일례로 든다(뚱뚱하고 매력적인 당신을 위해, 88쪽). 낡은 기계가 되어 쓸모없다 느껴진다면, 그걸 감추고 더 나아지려 애쓰지 말고, 늙어감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멋있는 나이테와 함께 더 지혜로워진 오늘을 기쁘게 맞이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내가 중고품처럼 느껴지는 날, 104쪽).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각자의 존재감을 느끼는 계절에 저자는 호모 루덴스인 인간의 놀이 본능을 이야기하며, 엉덩이를 자유롭게 흔들며 흥겹게 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엉덩이의 제안, 122쪽), 조직의 일원임을 드러내는 넥타이보다는 내 존재에 더 디테일한 각을 세워주는 넥타이가 되길 기원한다(넥타이의 다짐, 139쪽). 또한 오만해보여도 좋으니, 최고로 불손했던 화가 쿠르베의 예를 들며,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사랑하라고 이야기한다(내가 나라서 사랑스러워, 156쪽).
겨울
마지막 계절, 겨울이 오면 그 계절처럼 삶을 느긋하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잊어야 할 과거가 있다면 머리를 자르듯 산뜻하게 털어, 삶의 무게를 줄이고(긴 머리 자르기, 174쪽), 하루쯤은 전기 없이 촛불 아래서 잊었던 지난날의 꿈을 떠올리며 빡빡한 현실에서 벗어나 보자고 말한다(촛불 아래서 꿈꾸기, 190쪽).
인생이 잡담처럼 쓸모없다 느끼며 하루하루를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보내는 우리에게 인생은 결국 모든 잡스러운 것들의 알 수 없는 집적이 아니겠냐고 마지막 위로의 손길을 건네며 책을 마무리한다(잡담의 가치, 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