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 기다렸다.
7년 전 처음 『끌림』이 출간되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에 우리는 늘 목이 말랐다. 당시만 해도 여행지의 단순 정보를 작은 글자로 빽빽하게 나열한 여행서 시장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감성 충만 여행산문집 『끌림』. 그때부터 낭만에 몹시도 목이 말랐던 청춘들은, 책장마다 모서리를 접어두고 표지가 낡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 이후, 서점의 여행서 코너에는 여행지에서의 보고 듣고 먹은 것의 기록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 여행산문집이 지금까지도 늘 넘쳐난다. 평생교육원과 사설 교육기관 등에서는 ‘여행작가’가 되는 법에 대한 강의마저 개설되어 스스로 여행지를 기획하고,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 취재를 해야 하는지, 스토리텔링의 실제, 심지어 사진 촬영에 대한 기술적 테크닉까지도 가르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끌림』의 후폭풍이다.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
당신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7년 만에, 『끌림』의 두 번째 이야기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출간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작가는 그동안 여전히 여러 번 짐을 쌌고, 여러 번 떠났으며, 어김없이 돌아왔다. 변하지 않은 건 ‘사람’.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늘 ‘사람’ 속에 있었으며,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사람’을 기다리는 쓸쓸하거나 저릿한 마음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이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는 말은 그래서 맞다.
낯선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말은 물(水)인 것 같다. 그 다음은 ‘고맙다’라는 말. ‘물’은 나를 위한 말이고 ‘고맙다’라는 말은 누군가를 위한 말. 목말라서 죽을 것 같은 상태도 싫고 누군가와 눈빛을 나누지 않는 여행자가 되기는 싫다.
_ 본문 중에서
누군가 네가 없는 너의 빈집에 들러 너의 모든 짐짝들을 다 들어냈다고 해도 너는 네가 가져온 새로운 것들을 채우면 될 터이니 큰 일이 아닐 것이다. 흙도 비가 내린 후에 더 굳어져 인자한 땅이 되듯 너의 빈집도 네가 없는 사이 더 견고해져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형편없는 상태의 네 빈집과 잔뜩 헝클어진 채로 돌아온 네가 서로 껴안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
그렇게 네가 돌아온 후에 만나자. 슬리퍼를 끌고 집 바깥으로 나와본 어느 휴일, 동네 어느 구멍가게 파라솔 밑이나 골목 귀퉁이쯤에서 마주쳐 그동안 어땠었다고 얘기하자.
_ 본문 중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끌림』과 마찬가지로 목차도 페이지도 없다. 그러니, 순서도 없다. 책의 어느 곳이나 펼치고, 전 세계 어딘가 쯤에서 작가의 카메라의 셔터가 잠시 쉬었다 간 곳, 그리고 펜이 머물다 간 곳을 따라 함께 느끼면 된다. 그곳이 바로 시작점이기도 하고, 종착점이기도 하다. 우리의 여행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