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 자 :홍성호
  • 출판사 :예담
  • 출판년 :2012-06-22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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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과 글은 힘이며 경쟁력이다

국어는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나의 힘’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다행히 모국어 화자라면 누구나 큰 힘 들이지 않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게 바로 국어 공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대로 단어, 조어와 약어, 문장쓰기, 우리말 규칙까지 4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다 보면 우리말의 깊이와 광활함에 놀라고 거기서 재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국어 실력이 좋아질 것이다. 논술을 대비해 공부하는 수험생은 물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미팅이 많은 직장인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특히,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은 필독해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



경쟁력 1 단어는 나의 힘

- 표준어와 비표준어, 헷갈려서 잘못 쓰는 단어, 외래어와 고유어, 북한말



수천 마리 철새 떼가 일시에 ‘푸드득’ 날갯짓 했다.

충북 단양 소백산 일대가 철쭉 집단 서식지로 이름나 있다.

새털 같이 많은 날들을 새 날로, 새 마음으로 맞는 일만큼 좋은 일은 없다.

순진하다 못해 완전히 쑥맥이군.



신문과 방송, 문학작품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그런데 이 문장들은 모두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쓴 대표적인 사례를 뽑은 것이다. 누구나 흔히 헷갈려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이기 때문에 위 문장에서 틀린 것을 가려낸다면 뛰어난 어휘력을 갖춘 셈이다.

일단, 첫 문장에서 잘못된 것은 ‘푸드득’이다. 큰 새가 힘 있게 날개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뜻하는 ‘푸드덕’을 ‘푸드득’으로 잘못 쓴 것이다. ‘푸드득’은 되직하지 않고 액체를 머금은 물질이 터져 나올 때 나는 소리인데, 만일 새가 머리 위에서 ‘푸드득’ 했다면 이만저만 난감한 사태가 아니리라. 두 번째 문장은 ‘서식지’가 잘못됐다. 서식지는 ‘동물이 깃들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이므로 철쭉 같은 식물에는 ‘군락지’란 말이 적당하다. 세 번째 문장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은 ‘새털 같이 많은 날’이 아니라 ‘쇠털 같이 많은 날’이 바른 말이다. ‘새털’이나 ‘쇠털’이나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관용구로 굳은 말이므로 발음이 편리하다고 임의로 바꿔 쓸 수 없다. 네 번째 문장에서 틀린 말은 ‘쑥맥’이다. ‘숙맥불변菽麥不辨(콩인지 보리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에서 온 말이므로 반드시 ‘숙맥’으로 써야 한다.

이렇게 우리말에는 모양이나 소리가 비슷해서 헷갈리는 단어, 무심코 입에 붙어 잘못 쓰는 단어가 많다.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물론 신문, 방송, 책에도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좀 잘못 쓰더라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적절하게 쓰는 것은 말하기, 글쓰기의 기본이 되므로 결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모르고, 혹은 헷갈려서 잘못 쓰는 단어뿐만 아니라 표준어와 비표준어, 외래어와 고유어, 북한말 등 국어 실력의 기본이 되는 단어에 대해 다루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어와 어휘를 많이 알수록 말과 글의 깊이가 깊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경쟁력 2 국어의 재발견 - 조어와 약어의 세계

- 조어, 사어, 약어, 생명을 가지고 변화하는 말

말은 시간과 함께 진화한다. 또한 사회, 문화, 경제의 발전에 발맞추어 새로운 말이 탄생하기도 하고 기존에 쓰던 말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말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이른바 경쟁력이 없는 말을 구사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가령 누군가 개인적으로 ‘엽기적’이란 말에서 ‘끔직한, 잔혹한’ 정도의 뜻만을 떠올린다면 그는 요즘 쓰는 ‘엽기송’이니 ‘엽기적인 그녀’란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작업’의 본래 사전적 풀이는 단순히 ‘작업 시간, 작업 능률이 떨어지다’에서처럼 ‘어떤 일을 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뜻이 담긴 ‘일’의 개념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이 요즘 남녀 간의 관계에 쓰이면 사뭇 뜻이 달라진다. 이렇게 일상에서 쓰는 말의 변화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조어도 있고 기존의 말을 간략하게 줄여 쓰는 약어까지 배우고 익혀야 할 말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뜨는 말과 지는 말, 신조어의 생성 배경, 그리고 약어의 원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말과 신조어, 약어들이 어렵다고, 지금 당장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이들이 언중의 선택을 받아 생명을 얻게 되면 우리말로 자리 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문제로 구속되자 항간에는 ‘검은돈’과 ‘돈세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그로부터 1년 후인 1996년에 이 두 단어가 국어사전에 등록되었다. 새내기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입생을 뜻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다가 국어사전에 올랐다. 또한 농활(농촌활동), 유엔(UN, 국제연합), 연준리聯準理(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학협동(산업계와 학계가 협동하는 일) 따위의 약어도 모두 단어로 굳어져 사전에 오른 말이다.



경쟁력 3 속이 꽉 찬 문장 만들기

-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과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까지



단어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살펴 고르고, 그것들을 얽어 문장을 꾸미며, 문장들을 연결해 하나의 텍스트를 만드는 과정은 바로 나의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 그 메시지는 단순히 문법적 틀 안에서 완성된 메시지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

언어에도 스펙트럼이 있다. 말과 글을 얼마나 엄격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과학의 언어에서 시적 언어까지 광범위한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가령 무지개를 설명하면서 ‘비가 그친 뒤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들에 햇빛이 굴절 반사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과학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이를 ‘비 갠 뒤 하늘에 걸치는 일곱 빛깔 고운 구름다리’라 한다면 그는 시적 언어를 쓴 것이다. 그 층위는 ‘학술서 → 공문서 → 신문 방송 등 매스컴언어 → 소설, 시 등 문학어 → 사적 대화 → 통신어, 외계어 등 실험언어’ 순으로 언어 사용의 자율성이 증대된다. 우리가 말과 글을 쓸 때는 각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만 의도한 대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는 좋은 문장 쓰기와 때와 장소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다.

문장쓰기뿐만 아니라 문장 안에 감춰진 숨은 뜻, 의도된 뜻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접미사 ‘―적的’의 바른 용법을 고민하는 걸로 끝난다면, 그것은 순수하게 국어학적 차원의 경쟁력에 머무르고 만다. 하지만 그 말이 모호한 말투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느끼고 그 다양한 실태를 추적하는 순간 우리는 그 말이 가진 ‘사회적, 정치적 힘’을 생각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이렇게) 전망한다’가 아니라 ‘(이러이러하다는) 전망이다’라는 문장에서는 단순히 구성이 어색한 게 아니라 ‘내 전망’을 ‘불특정 다수의 전망’으로 돌리는 고도의 언어적 기법이 담겨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경쟁력 4 꼭 지켜야 할 국어의 약속들

맞춤법, 외래어표기, 띄어쓰기, 문법과 발음, 문장부호 등



“공항 국내선 출구 자동문 위에 설치된 안내 광고판에 ‘먼저 인사하는 공항 가족, 미소 짖는 고객’이란 문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지 압니까?”

“…….”

“도대체 ‘개가 짖는다’와 ‘미소 짓는다’의 차이도 모르고 일을 합니까!”



이는 실제로 몇 해 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공항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질책이다. 대외 관문인 공항 출구 안내문이 계속 틀린 글자로 나오는 것을 두고 당시 K의원이 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준엄하게 꾸짖었던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쓸 때 표기(맞춤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띄어쓰기를 비롯해 문법과 발음 등 국어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아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다.

2007년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도 대선 후보들이 맞춤법 실수로 톡톡히 망신을 치르기도 했다. 먼저 입방아에 오른 건 당시 이명박 후보의 ‘않겠읍니다’였다. 이어 정동영 후보의 ‘엎그레이드’가 비난의 표적이 됐다. 두 사람 다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적은 문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어실력이 들통 난 셈이다. 그들이 평소에 꼭 지켜야 할 국어의 약속에 대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그런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어 실력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국어 실력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 진정한 경쟁력이 국어 실력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이 책으로 국어 실력을 키우길 바란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스티븐슨과 맞붙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는 ‘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간결하면서도, 수사적 기법을 이용한 탁월한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은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 흠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강력한 무기가 되어 성공을 가져오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과 글은 힘이고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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