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큰」 과 「캐치 미 이프 유 캔」 ,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두근거리며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친절한 인상의 남자. 좋은 숙소를 소개하겠다며 따라오라는 말에 두 소녀는 조금 망설이다 따라나선다. 하지만 결국 아는 이 한 명 없는 곳에서 두 소녀는 끔찍한 범죄에 휘말린다. 영화 「테이큰」 의 첫 장면이다.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값나가는 명품으로 휘감은 채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다. 심지어 외모까지 훤칠하다. 자기소개를 하며 내미는 명함을 보니, 세상에! 미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의 파일럿이다. 모든 여자들이 그와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그는 미국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다. 위와 마찬가지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의 한 장면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종종 첫인상 하나만으로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믿었을 때, 과연 우리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까? 안타깝지만 대답은 '아니오'다.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메리 엘런 오툴?앨리사 보먼 지음, 21세기북스)는 영화 속 사례처럼 사람의 직감이나 첫인상이 얼마나 자주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FBI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알려준다.
오늘도 무심코 택배기사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면
범죄 위험지수는 이미 빨간 신호등
우리가 삶에서 첫인상에 의존해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다. 혼자 있는 집을 찾아온 택배기사에게 문을 열어줘야 할 때부터 중요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까지 상대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시작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별 의심 없이 택배기사에게 문을 열어주거나, 평생을 모은 재산을 관리인에게 덜컥 맡기곤 한다. 바로 이 순간이 '위험한 직감의 함정'이 두 팔 벌리고 우리를 환영하는 순간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금융 사기꾼 버니 매도프에게 당한 이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10~20년 간 엘리트 교육을 받은 상류층이었다. 매도프는 '직감'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연쇄살인범 게리 리지웨이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 자신의 차에 아들을 대동했다. 그 차에 타는 매춘 여성들은 게리가 절대 나쁜 짓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 메리 엘런 오툴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직감 의존'에 적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첫인상의 끌림 보다 먼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FBI에서 근무한
저자의 노하우가 완벽하게 살아있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직감의 함정'에서는 메리 엘런 오툴이 실제 FBI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겪은 사례를 통해 첫인상과 판단에 얼마나 많은 괴리가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최근 범죄의 대명사로 떠오른 사이코패스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분석하고,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와 실제 프로파일러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부 '직감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에서는 판단력을 키우는 법, 위기 대처 방법, 상대에게 정보를 얻기 위한 인터뷰 기술 등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명심하면 위험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안전 가이드까지 함께 나와 있다.
첫인상과 직감, 육감 등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는 많다. 핵심은 얼마나 그런 요소를 배제한 채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느냐다. 저자의 실제 경험과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 기술이라면 이제 당신도 FBI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