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수상한 도시에 내 심장을 바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이고 섬뜩한 이야기
<비밀의 도시>는 성배 전설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관련하여 일어난 실화를 기록한 이야기다. 배경의 때와 장소는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의 고대 도시 지로나. 카탈루냐의 거점 도시인 지로나는 기원전 5세기에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들이 처음 세운 곳으로, 로마제국의 유산과 초기 유대문화, 이슬람과 중세 기독교 문화까지 서구 문화의 오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다빈치코드>로 꽤 유명한 성배의 전설을 좇는 모험이 벌어진다. <다빈치코드>가 액션 어드벤쳐 판타지를 기록했다면, 이 책은 실존 인물과 실존 장소를 바탕으로 훨씬 품격 있고 리얼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개하고 있다.
<길 위에서On the Road>를 쓴 잭 케루악에 비견되는 저자 패트릭스 채플린은 직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실화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때로는 아름답고 슬픈 러브스토리에 안타까워하게 되고, 때로는 인류를 뒤흔드는 엄청난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 중에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한 장 한 장, 마치 영화를 보듯 다음에 벌어질 일을 가늠할 수없는 긴장감도 더해진다.
스페인의 지로나는 현재는 우리나라 여행객 사이에서도 유명하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점에는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로 나온다. 이야기 전반에 깔린 1950년대 보헤미안 문화도 이 책을 읽는 매력에 한 몫을 한다. 조연처럼 등장하는 장 콕토, 살바도르 달리, 움베르토 에코 등 20세기 예술과 문학사에 이름을 남갈 실존 유명 인사들의 젊은 시절을 목격하는 재미 역시 또 다른 흥미를 더한다.
집시가 되고 싶던 소녀, 보헤미안이 되다
1955년, 집시가 되고 싶었던 열다섯 살 소녀 패트리스는 친구 베릴과 함께 파리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를 속이고 영국의 고향을 떠나 지루한 일상을 탈출한다. 두 사람은 발길이 닿는 대로 떠도는 보헤미안이 된다. 이들에게는 세상 무서울 게 없다. 젊음이란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춤을 추면 사람들이 돈을 던져주고, 차비가 없으면 무임승차를 한다. 가끔은 구걸도 하고, 식사를 거를 때도 많지만, 삶은 언제나 몸 떨리는 짜릿한 흥분으로 가득하다.
마법 같은 도시 지로나, 그리고 운명의 연인
보헤미안이 된 패트리스가 흘러흘러 들어간 곳은 스페인의 지로나. 고대 도시 지로나는 돌마다 끌어당기는 힘이 서려 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몇 번이고 돌아오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패트리스는 이곳에서 고대 카발라 즉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의 명맥을 지키려는 열혈 청년 조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조세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감추려 하는 것 같고, 지로나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늘 바쁘다.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잘나지 않는 그는 자신을 가리켜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고 한다.
하지만 패트리스는 마치 마법에 이끌리듯 지로나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난 이미 심장을 제물로 바친 뒤였다. 지로나의 좁은 돌길 위에 심장을 이미 내려놓은 뒤였다. 원칙대로라면 그는 마땅히 내 것이었다.”
너무나 수상한 도시 지로나는 과연 무슨 비밀이 있을까?
오랜 세월 패트리스는 조세의 곁을 맴돌며 2천 년간 베일에 싸였던 비밀을 벗기려고 하고, 조세는 자신의 모든 인생을 그 비밀을 수호하는 데 걸었다. 놀라운 영감으로 끝없이 비밀을 추적하는 여자와 끝까지 비밀을 감추려는 남자의 숨 막히는 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너무나 수상한 도시 지로나는 온통 비밀 투성이다.
눈부신 정원이 있는 저주받은 집
꼭 닮은 두 개의 탑
카발라 신비주의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신부 이야기
지로나 사람들이 유난히 신성시하는 카니구 산
패트리스는 이 비밀을 밝혀낼 것인가? 과연 비밀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