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아름다운 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

  • 자 :구효서
  •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출판년 :2011-03-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4-13)
  • 대출 0/3 예약 0 누적대출 12 추천 0
  • 지원단말기 :PC/전용단말기/스마트기기
  • 듣기기능(TTS)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 신고하기
  • 대출하기 미리보기 추천하기 찜하기
  • qr코드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의 신작소설집

삶의 그늘에 대한 작가의 속깊은 응시가

역설적으로 되비추는 삶의 환한 자리들!



등단 이래 쉼없이 창작의 진폭을 전방위로 확장해온 작가 구효서

전위적인 형식실험과 능란한 장인정신이 펼치는 삶의 진경眞景 9폭!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작가’로 우직하게 창작해오며 올해로 등단 22주년을 맞은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이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굴참나무가 화자인 ‘이인소설異人小說’로 올가을 모처럼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킬 2006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명두〉를 비롯하여, 1인칭 여성 화자를 통해 구효서의 독보적인 다감함과 유연함, 순도 높은 산문과 깊이 있는 세계관이 유감없이 드러난 2007년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작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외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찍이 소설적 모범답안을 거부하며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전위적인 형식실험을 보이며 자신만의 이력을 쌓아온 구효서. 이번 소설집에서도 소설의 관습적 장벽을 열심히 흔든 면모가 역력하다. 대화 위주의 가볍고 톡톡 튀는 화법을 구사하는가 하면, 대사와 지문을 구분하는 문장부호를 과감히 생략하기도 한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왜 우리 문장은 한결같이 ‘다’로 끝나는 걸까요? 그게 너무 지겨웠어요”라고 말하며 종결어미 관습에 대한 완강한 저항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수록작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의 ‘피아니시모’ 장을 살펴보면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모든 문장에서 종결어미 ‘다’를 찾을 수 없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에 수록된 9편의 작품들은 등단 초기부터 ‘안주함’ 없이 다기多岐한 탐험과 모색과 단련을 지속해온 ‘유목형 작가’가 빚은 이야기니 만큼, 한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수록작들은 다름 아닌 인간 진실의 만화경에서 하나같이 놓치기 아까운 세밀하고 소중한 삽화들이며, 그 속에는 ‘죽음 앞에 선’ 혹은 ‘죽음과 함께하는’ 삶의 풍경이 여기저기, 때로는 안타까운 애도와 함께 때로는 조용한 수락과 함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그늘에 대한 작가의 속깊은 응시가 역설적으로 되비추는 삶의 환한 자리들이 새롭게 구효서 소설의 진경을 이루고 있음을 이번 소설집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살이의 미세한 속내를 포착해 이야기로 빚는 장인적 혜안과

기예가 충일한 구효서 소설의 견고성과 세련성!




첫머리에 수록된 작품 〈승경勝景〉. 일본 규슈 다테노 마을의 유일한 산 오기야마 정상의 바위가 나가사키 피폭 때 굴러떨어진 뒤로 마을의 기운이 중심을 잃게 되고, 나라쓰케(절임식품)로 돈을 번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조센징’) 야마가와가 혼자 힘으로 인공호수 긴린코를 만들어 마을의 균형을 되찾아준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의 능란함이 가히 고수의 솜씨다. 한 편의 아름다운 지역설화나 한일 간 음식교류사로 그칠 수 있는 이 이야기에 구효서는 낯선 관능의 감각으로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소설가의 시선을 슬쩍 숨겨놓는다. 구효서 소설의 장인적 견고성과 세련성의 뚜렷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명두明斗〉는 살아 150년, 죽어 20년을 한자리에 서서 세상을 지켜본 굴참나무의 시점으로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의 세월이 스쳐간 어느 궁핍한 빈촌의 삶과 죽음의 드라마를 그려낸다. 구효서 소설의 주요 화두가 되어왔던 ‘죽음’은 이 소설에 이르러 한 개인의 실존적 차원을 넘어 역사와 집단의 테제로 확장된다. 구효서는 단편소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긴 역사의 시간과 근대소설이 떠나온 무속의 세계까지 끌어들이면서, 삶과 죽음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악의 경계 없는 자연의 리듬이 지금 이 근대의 시간과 인간사의 현실에도 엄연히 개재해 있음을 새삼 확인시킨다. 그러면서도 명두집의 사연을 통해 작가가 제기하는 “불망不忘!”의 윤리는 삶과 죽음이 한 몸으로 이어진 자연의 시간에 맞서 그것을 감싸 인간의 시간과 역사를 성찰하게 한다.

〈TV, 겹쳐〉는 한국 사회 ‘테레비’의 풍속사이자 가슴 아픈 제망매가이다. 여기에서 ‘죽음’은 산업화시대의 어둠과 가난을 순정하고 견결한 가슴으로 헤쳐온 ‘여공’ 출신 누이의 일생을 살아남은 자들의 세계로 돌려주는 제의의 자리에 놓여 있다. 여기서 막냇누이 영주의 죽음을 삶의 공간으로 되비추는 영사기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열두 살 지능으로 퇴행해버린 두 살 아래의 남동생 ‘나’이다. 이른바 ‘순진한 시선’의 아이러니가 자칫 비장한 단조의 애도에 머물기 쉬웠을 이야기에 의뭉스럽고 질박한 여백의 탄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여백의 탄력을 타고 이농과 상경의 대열이 간신히 비집고 찾아든 서울 변두리 구로공단 주변의 신산한 삶, 그 뿌리 뽑힌 혈거가족의 고단한 세월은 흔들리고 겹치는 ‘테레비’ 화면의 이야기 속에 적절히 전경화된다. 이런 계열의 소설이 거부하기 힘든 리얼리즘의 기율을 자기만의 고유한 소설적 방법과 문체 속에 녹여낸 작가의 솜씨가 약여한 작품이다.

표제작 〈저녁이 아름다운 집〉은 죽음의 자리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잔잔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사정은 작중화자의 아내가 시골 집터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이웃 주민의 산소 이장을 고집하다 마음을 바꾸며 내놓는 “죽음이야 늘 도처에 있는 건데 마당 곁에 좀 있은들 어때요” 하는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말이 각별한 울림을 갖는 것은, 이 순간 아내는 남편에게 임박해 있는 죽음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도처에 있다는 인식을 마음 한편에 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죽음이 자신 혹은 가까운 이에게 닥쳤을 때, 그런 인식은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은 그 메우기 힘든 낙차 사이에 인간의 애정과 배려로 가능한 무언가는 없는지 안타깝게 물어보는 작품이랄 수 있다.

그밖에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화사-스며라, 배암!> <사자월-When the love falls.> <전별-자전거로 남은 사내> <막내고모>에서도 ‘조율사’의 숨은 노동과 정성이 빚은 “절실하고 간절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지원단말기

PC : Window 7 OS 이상

스마트기기 : IOS 8.0 이상, Android 4.1 이상
  (play store 또는 app store를 통해 이용 가능)

전용단말기 : B-815, B-612만 지원 됩니다.
★찜 하기를 선택하면 ‘찜 한 도서’ 목록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