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등단한 류시화 시인의 첫 시집으로, 100쇄 발행 기념시집이다. 낙원의 세계를 노래한 시들과 사랑의 세계를 그린 시 68편을 담았다. 류시화 시인은 일상 언어를 직조해 신비의 세계를 빚어낸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의 또 다른 미덕은 탁월한 낭송시라는 것. 뛰어난 서정성과 환상적 이미지가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CD에는 '길 위에서의 생각', '소금인형', '민들레',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목련', '나무',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등 16편의 시들이 낭송되어 있다. ''시간이 가면/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적당한 간격으로 서서/서로를 바라본다/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안개 속에 숨다' 중)'' 삶의 비밀을 섬세하게 풀어낸 시인의 감수성이 빛나는 시집.
시인,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여행집과 산문집을 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등이 있다.
안개 속에 숨다
길 위에서의 생각
민들레
잊었는가 우리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목련
세월
소금인형
붉은 잎
시월 새벽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섬
도둑
산안개
새와 나무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무
구월의 이틀
너무나 큰 바퀴
겨울의 구름들
음악학교
유서, 나는 평민이었습니다
여섯 줄의 시
까마귀에게 바침
많은 눈을 나는 보았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그럴 수 없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너의 묘비명
산마저 나를 버린다
어떤 눈
아무 것도 아닌 것들
옛날의 정원
어느날 기린보다 높은 심장을 가진 이가 와서
자작나무
십일월, 다섯 줄의 시
피에 물든 소매
벌레의 별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한다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봄비 속을 걷다
그토록 많은 비가
비 그치고
젊은 시인의 초상
나무는 자살을 꿈꾸지 않는다
온 곳으로 가는 도중에
엉겅퀴 풀에게 노래함
그만의 것
늑대들의 태양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제비꽃
비밀
거미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태양에게 바치는 이력서
눈 위에 쓴 시
언덕
이월
해설/이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