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8년 전 새길사에서 출간된「철학과 굴뚝청소부」의 증보판이다. 증보판은 기존의 본문 텍스트 외에 12개 정도의 계열에 따른 도판을 첨가했다. 그리고 그 도판에 대한 주석의 형식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짜넣었다. 따라서 이 책은 본문 텍스트와 도판 텍스트가 일정한 긴장과 어울림을 이룬다.

이 책의 주제는 '철학의 경계'이다. 하지만 근대철학의 접경지대에서 그어지는 그 경계는 근대철학이 피할 수 없었던 딜레마의 소산이다. 이 딜레마는 얼굴이 더러운 굴뚝청소부와 얼굴이 깨끗한 굴뚝청소부 중 세수를 하게 되는 것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더러우리라고 생각하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라는 예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되는 대상으로 양분되면 인식된 게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탈출구가 모색되는데, 저자는 근대철학의 다양한 흐름과 사상이 이런 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굴뚝 청소부의 딜레마를 통해 근대철학의 내부와 외부에 있는 경계들을 이해한다. 데카르트에서 출발해 흄과 칸트, 맑스, 프로이트, 니체 등 근대철학의 뼈대를 구성하는 흐름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근대와 탈근대 사이에 있는 언어철학의 혁명들을 살피고, 마지막엔 근대 너머에 있는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의 철학들을 읽는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본명은 박태호. 그는 1987년《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이라는 책으로 주목을 받으며 저자가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라는 풍문과 뒤섞여 80년대 눈길을 끄는 인물로 떠올랐다. 90년대에 들어《국사회와 변혁 이론》,《맑스주의와 근대성》,《근대적 시.공간의 탄생》등의 책과《탈현대 사회사상의 궤적》,《철학의 탈주》,《탈주의 공간을 위하여》등의 공저, 그리고《알튀세르: 이론의 우회》등의 옮긴책으로 꾸준히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3년부터는《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철학과 굴뚝청소부》,《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등 잇따른 교양서를 선보이면서 근대 및 현대철학 분야의 고정독자층을 갖게 되었다. 현재 동숭동에 자리한 '연구공간 너머'에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의 고원'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 성공회대 강사, '진보평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론

제1장 철학의 근대, 근대의 철학
제2장 유명론과 경험주의 :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제3장 독일의 고전철학 : 근대철학의 재건과 '발전'
제4장 근대철학의 해체 : 맑스, 프로이트, 니체
제5장 언어학고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제6장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결론: 근대철학의 경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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